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뉴스1]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뉴스1]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기술 회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다져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포츠·미디어·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이하 디셈버)와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이 각 300억원씩 디셈버에 투자해 합작법인을 만드는 형태다. 디셈버는 로보어드바이저(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서비스 ‘핀트’를 운용 중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금융 AI 기술 확보와 AI 경쟁력 고도화를 목표로 합작법인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 합작법인에서 엔씨소프트는 ‘AI 프라이빗 뱅킹(PB)' 개발에 나선다. 회사가 보유한 자연어처리(NLP·사람이 쓰는 말을 기계가 이해하고 구사하도록 하는 AI)기술과 KB증권의 투자 노하우, 디셈버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한다. AI가 자산관리를 조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향후 AI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그림이다.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가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게 된 것은 일찌감치 범용성 높은 AI 원천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윤 사장이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 대표로 이동하면서 김택진 대표가 AI 조직을 키워왔다.

김 대표는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 넘게 매주 AI랩 연구원 전원(당시 10여명)이 참여하는 ‘이노베이션 세미나’라는 연구모임을 직접 진행했다. 세미나 주제는 AI와 관련된 모든 것이었다. 수많은 기술적 쟁점들이 쏟아져 나왔고 치열한 논의 끝에 자연어처리(NLP) 분야의 기반 기술 연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매주 김택진 대표와 토론을 벌였던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은 “엔씨소프트를 AI 기술 회사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1년 간의 세미나를 통해 NLP 등 중점 연구분야가 정해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0여 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이 불어났다. 현재 순수 AI 연구 인력만 200여 명. 게임·스피치·비전 AI를 연구하는 AI센터와 언어·지식 AI를 연구하는 NLP센터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최근 들어선 외부와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턴 AI가 작성한 날씨 기사를 연합뉴스에 제공하고 있다. AI는 기상청의 일기예보 통보문과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데이터를 해석하고, 학습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쓴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게임회사이지만 '콘텐트·IP'(지식재산)와 개발력 및 AI 등 '기술'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내부 투자와 외부 협업을 병행한다"며 "이번 KB증권과의 협업도 그런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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