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09.20 © 로이터=뉴스1 © News1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09.20 © 로이터=뉴스1 © News1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 유럽의회는 본회의를 통해 세계 최초의 포괄적 인공지능(AI) 규제법안을 찬성 523표, 반대 46표로 가결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안전한 개발을 위한 국제적 표준 제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이번 AI 규제법안은 크게 세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해 생체정보 수집 및 분석에 AI 기술 사용을 금지한다. 둘째, 편향된 데이터 학습으로 인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된 자료 공개를 의무화한다. 셋째, 규제 위반 시 최대 3천500만 유로(약 5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기업의 규제 준수를 유도한다.

EU 입법절차에 따라 유럽의회를 통과한 AI 규제법안은 그간 유럽의회와 행정부격인 EU 집행위원회,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이사회로 구성된 3자 협상을 거쳐 지난 3일 최종안이 채택됐다. 이날 유럽의회 표결은 형식적인 절차인 데다 당사국들이 합의를 마친 까닭에 가결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집행위원은 이번 법안 가결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AI를 위한 세계 최초의 포괄적이고 구속력 있는 EU AI 법안에 대해 유럽의회가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고 환영했다. 또한, 유럽의회는 "유럽이 AI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을 제시했다"고 자평했다.

법안은 27개 회원국의 서명을 거쳐 오는 6월 EU 관보에 게재된 뒤 내년 초 발효된다. 일부 조항을 제외하면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유럽의회는 AI의 위험도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부여했다. AI로 생체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시민들을 감시하거나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중국에서처럼 일반 시민들의 행동 패턴을 AI로 분석해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는지' 등 사회적 신용 점수를 매기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됐다. 다만 3자협상 과정에서 예외 조항을 신설해 강간이나 테러 등 중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용의자에 한해 생체정보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오픈AI의 챗GPT·구글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모델은 위와 같은 '고위험군'에 속하진 않았지만, AI 기업들을 상대로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AI가 제작한 콘텐츠임을 명시해야 하며 AI 훈련에 사용된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고 저작권 보호를 위해 불법적인 콘텐츠 생성은 AI 모델 설계 과정에서 미리 방지해야 한다. 

기업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유형과 기업 규모에 따라 최소 750만유로(약 100억원·또는 매출액 1.5%)에서 최대 3500만유로(약 500억원·또는 매출액 7% )의 과징금을 납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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