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 AI 전 최고경영자(CEO).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지난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한 샘 올트먼 오픈 AI 전 최고경영자(CEO). 2023.11.16 © 로이터=뉴스1 © News1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약 9300조원의 투자를 유치하여 자체 AI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한다는 소식이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번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해 최대 7조 달러(약 9300조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AI 반도체 시장 매출액 5270억 달러(약 702조원)의 약 18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업계에서는 2030년쯤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약 1328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오픈AI의 투자는 시장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올트먼 CEO의 투자 결정은 극심한 고성능 반도체 공급난과 탈엔비디아(脫Nvidia)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학습 및 운용에는 고성능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최근 구글, 아마존, 메타 등이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힘쓰면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고성능 AI 반도체를 설계 및 생산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천문학적 자금 조달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측 '오일머니' 유치를 타진하는가 하면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와도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수년 내 10여 개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TSMC에 맡기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른바 '글로벌 AI 반도체 네트워크' 구상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News1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News1

이 정도의 시장 재편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역할이 중요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올트먼 CEO는 지난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둘러보고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을 두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올트먼 CEO는 방한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도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약 50%)이고, 삼성전자와 함께 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HBM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로, 주로 엔비디아의 GPU에 장착돼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가 TSMC에 HBM을 보내면 TSMC가 GPU에 HBM을 붙여 패키징한 뒤 엔비디아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첨단 공정이 가능하고 파운드리 시설도 갖추고 있어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는 강점이 있다. 현재 첨단 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정도다. HBM 조달을 위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트먼의 행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실과 미래를 적절히 고려하는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오른쪽)으로부터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SK그룹 제공)/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가운데),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오른쪽)으로부터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SK그룹 제공)/뉴스1

국내 기업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투자 유치 금액과 최근 글로벌 행보 외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사실상 걸음마 단계인 데다 미국 정부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좀 더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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