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4일 런던 의회 의사당 밖에서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2019년 5월 14일 런던 의회 의사당 밖에서 영국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브렉시트로 인해 2020년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한 영국은 인공지능(AI) 기술 측면에서 EU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EU는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도입해 각종 생체정보의 AI 활용을 제한했지만, 영국은 음란물 시청 연령 확인을 위해 AI를 통한 안면인식 기술 도입을 강제하는 등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보다는 가시적인 혜택이 더 크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진다.

로이터 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의하면, 영국 정부의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컴(Ofcom)은 현지 시간 기준으로 5일, 18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이 음란물을 시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에 시청 연령 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작년 10월, 왕실 승인을 받아 최종 발효된 온라인 안전법은 음란물 사이트에서의 연령 확인을 의무화했다. 영국에서 음란물을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연령은 18세 이상이며, 그동안 연령 확인이 부재로 인해 아동 및 청소년에게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었다.

실제로 영국 아동보호청이 지난 2021~2022년 진행한 연구에서 영국 아동·청소년은 평균 13세에 음란물을 처음 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아동 중 25%는 11세에, 10%는 9세에 접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온라인 안전법 시행 이후에도 상당수 음란물 사이트들은 18세 이상인지 여부를 물어보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첨단 AI 기술을 통해 음란물 사이트 접속자의 연령을 객관적으로 판별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오프콤은 음란물 사이트 운영업체를 상대로 안면인식 AI를 통해 여권·운전면허에 부착된 사진이 실제 접속자의 얼굴과 동일한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신용카드 정보 등 금융관련 기록을 음란물 사이트와 연동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반면 EU는 지난 6월 유럽의회에서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켜 생체정보의 AI 활용을 엄격히 제한했다. 개인정보 중 생체정보는 비밀번호 등과 달리 외부에 유출될 경우 이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허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현재 유럽의회는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와 27개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와 '3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법안은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영국 싱크탱크인 영국경제연구소는 "생체정보를 활용한 연령확인은 제3자가 보유한 민감한 정보의 양을 늘려 해킹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오프컴은 음란물 사이트 접속자가 스스로 연령을 설정하는 지금과 같은 느슨한 방식은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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