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뉴스1)

4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이 제안한 한일 경제연합체에 대한 구상과 관련하여 한일 간 에너지 분야 협력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미들버그에 열린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특파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 중 가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에너지가 사이즈 면에서 가장 클 것”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한일을 “가장 큰 에너지 수입국”으로 지칭하며, “양국이 통합하는 형태로 공동 구매에서부터 사용까지 확장된다면, 큰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일은 에너지를 매년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과 우리는 계속해서 에너지 집중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시너지가 1년 동안 유지되고 몇 개의 프로그램만 실행해도, 단언컨대 수백조원까지의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1월30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도쿄포럼 2023'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이제 단일 글로벌 시장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한일 경제연합체를 구성해 글로벌 분열 위기 상황을 돌파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선택의 여지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한일 경제연합체 구상을 거듭 제안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모델을 거론, "프랑스와 독일이 처음에 석탄과 철강 분야에서 출발한 것(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의미)을 참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질의응답에서 제조업에서의 한일간 협력 가능성과 관련, "해운, 조선에서부터 시작해 철강 등도 다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며 "자꾸 그런 것을 (한일간) 경쟁에 대한 얘기로만 봐서 그렇지만, 솔직히 지금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우리 말고도 다른 데 경쟁자가 많은데 우리가 협력하면 더 좋은게 있지 않느냐'고 해서 상호보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제조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공유하면 관련된 AI(인공지능)를 통해서 제조업이 업그레이드가 되고, 경쟁력이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한국 따로, 일본 따로 하면 그것도 가능한 얘기지만, 스케일이 커지면 그만큼 비용이 낮아지고 파괴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분야와 관련해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면서 "일본이 갖고 있는 장비와 재료 등과 한국이 생산하는 반도체 등과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제안에 대한 일본측 반응을 묻는 말에 "도쿄 포럼에서도 상당히 많은 지지를 얻었다"면서 "솔직히 일본도 지금은 다른 해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방안을 추진해 보는 것이 좋다는 게 일본 재계의 거의 공통된 목소리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내년 미국 대선이 한일 경제연합체 구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느냐"면서 "제 생각에는 이게 미국의 이익 전체에 부합한다고 봐서 그렇게까지 미국에서도 이 아이디어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지 어떤 분야에, 어떤 것이냐 구체적으로 나오면 거기에 약간의 찬반이 있을 순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열린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은 워싱턴특파원단 제공.(뉴스1)

최 회장은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협력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안을 묻는 물음에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낼 방법이 별로 없다"며 "그러면 내가 항상 좋은 것만 하고 살순 없지 않느냐. 뭔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선 내가 좀 싫은 것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것을 '좋으냐 나쁘냐'라고 따지기 전에 이런 옵션에 대해서 스터디를 충분히 하게 되고, 그 다음엔 어떤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하게 되면 '그게 시너지가 좋다, 우리 경제에 좋은 게 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지 않겠느냐"면서 "이게 제안했다고 해서 단 하루 아침에 이뤄지리라고 저도 생각진 않는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공동육성, 제3국 관광객에 대한 공동비자 프로그램 등을 아이디어로 거론하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한일) 양쪽에 후회할 일이 별로 없다. 그게 무슨 큰일 날 일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며 "새로운 제도 등 때문에 희생되는 사람이 없고, 시너지만 존재한다면 (그런) 프로그램들은 계속 가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상공회의소 협력 등 한일 간 협력 포맷과 관련해선 "일단 학계가 먼저 스터디를 하고 있으니 학계에서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 다음 단계를 어떻게 가는 게 좋은지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계에서 에너지,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산업 간 시너지 효과와 관련한 전체 수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한국이) 잠재 경제성장률이 너무 떨어져 있는데, 이게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경제활성화와 잠재력, 일자리 등 모든 다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방도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은 오는 7일로 예정된 SK그룹 인사와 관련해선 "새로운 경영진, 또 젊은 경영진한테 기회를 줘야 하는 때가 필요한 것이고, 변화는 항상 있는 것"이라며 "결과를 한번 지켜보시라"라고 '세대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왜 그렇게 했는지, 지금 거기에 대해 제가 설명드릴 얘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발표가 되고 나면 해석과 얘기가 나오고, 저희 내부에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부산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최 회장은 이날 감기로 인해 코 주변이 허는 등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 매일 어딘가로 움직여야 하고, 비행기로 이동하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직접 엑스포 얘기를 꺼내면서 "어쨌든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 참 죄송하다. 열심히 했지만 이런 결과를 저희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못 드려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하지만 이렇게 민관이 합동으로 열심히 해본 역사와 얘기라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런 관행을 저희가 다른 데도 계속 적용할 수가 있다"면서 "'떨어졌으니, 졌으니 무조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험을 해서 다음 번에는 훨씬 더 진전된 형태의 민관 협동을 더 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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