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개최된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AI 목소리로 복원된 현대차 고(故) 정주영 회장은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 꿈은 반드시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메시지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수록된 내용이다.
현대차가 이날 기공식에서 들려준 정주영 선대회장의 메시지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강력한 다짐으로 해석된다. 반 세기 전 울산공장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비전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전기차 전용공장의 첫 삽을 뜨면서 천명한 것이다.
현대차는 약 2조원을 투자해 울산공장 내 54만8000㎡ 규모의 전기차 전용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29년 만에 완성되는 국내 공장으로, 2025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올해 4분기에는 본격적인 건설이 시작되어 2025년 완공 후, 2026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할계획이다. 첫 양산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전기차 모델이 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전기차 전용공장은 울산공장에서 과거 종합주행시험장 부지에 들어선다. 이곳은 현대차가 1980년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지형과 혹독한 기후를 견딜 수 있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시설로 활용했다. 쏘나타와 액센트, 아반떼 등 현대차의 글로벌 장수 모델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역시 이곳에서 시작됐다. 1991년 현대차는 최초로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Y2) EV'를 개발했으며, 다음 해 첫 무인 자동차가 시험주행을 성공했다.
현대차는 울산 EV 전용공장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인간 친화적 설비 등 제조 혁신 플랫폼을적용해 근로자 안전과 편의, 효율적인 작업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미래형 공장으로 운영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스마트 물류 시스템 구축 등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생산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면서 "육중한 기계들이 도열한 삭막한 공장을 탈피해 자연친화적인 설계로 작업자들의 피로도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장재훈 사장,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부사장 등 경영진과 김두겸 울산시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이채익 국회의원, 이상헌 국회의원, 박성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기공식에서 "울산 EV 전용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며 "이 자리에서 100년 기업에 대한 꿈을 나누게 돼 영광"이라고말했다.
이어 "과거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꿈이 오늘날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든 것처럼, 현대차의 EV 전용공장을 시작으로 울산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모빌리티 도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