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 (RSF 홈페이지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 (RSF 홈페이지 갈무리)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4단계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북한과 중국은 나란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RSF는 3일(현지시간)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3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를 공개했다.

RSF는 전 세계 180개국의 언론 환경을 평가해 '좋음'(8개국) '양호'(44) '문제 있음'(55) '나쁨'(42) '매우 심각'(31)으로 분류했다.

이 중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함께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RSF "한국은 언론 자유국…'명예훼손죄'에 실명 비공개 보도"

RSF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대해 "400개 이상의 방송사와 600개 이상의 일간지가 있어 풍부한 미디어 지형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와 다원주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또한 "인터넷 사용자들은 주로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지만 유튜브와 같은 비디오 플랫폼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통과 기업의 이해관계로 인해 종종 언론인들이 감시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방해를 받고 있다"며 "언론사 수익은 그들의 편집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SF는 특히 사실관계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를 언론 자유를 가로막는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RSF는 한국에서의 명예훼손은 "여전히 7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며 "언론이 개인과 기업의 이름과 같은 중요 사항을 생략한 채 보도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국의 공영방송 체제에 대해서는 언론 환경에 "더 많은 다양성을 제공한다"고 긍정하면서도 "경영진 선임 과정에 정부가 우위를 점하게 될 경우 편집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북한은 180위로 '꼴찌' 기록…RSF "조선중앙통신이 유일한 매체"

반면 북한은 180위를 기록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RSF는 북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정권"이라며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금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공식 대변인인 조선중앙통신이 북한이 허용한 유일한 뉴스 출처"라며 "AFP·교도 통신 등 일부 외신이 북한에 진출했지만 철저한 감시 아래 운영돼 보도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RSF는 "독재자 김정은이 감시와 탄압 검열과 선전을 기반으로 한 전체주의 정권의 최고 지도자"라며 "그는 언론이 당과 군, 자신을 찬양하는 내용만 보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지난해 175위였던 중국은 4단계 낮아진 179위를 기록했다. 178위에는 베트남이 이름을 올렸다. RSF는 중국을 "세계 최대의 언론인 투옥 국가" "선전 콘텐츠 수출국"이라고 소개했다. 베트남에 대해선 "독립적인 기자와 논평가에 대한 사냥을 거의 완료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지난해 155위에서 164위로 9단계나 하락했다. RSF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크렘린궁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미디어 무기고'를 설립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독립언론에 대해선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단속했다"고 적었다. 

◇ 노르웨이는 7년 연속 1위…RSF "정치인들 '가짜뉴스' 몰이 안해"

반면 노르웨이는 7년 연속으로 1위를 지켰다. 아일랜드는 4계단 상승해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덴마크였다. 미국은 45위를, 일본은 68위로 조사됐다.

RSF는 노르웨이에 대해 "헌법이 표현의 자유와 정보 공개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으며 미디어 산업은 공통의 윤리 강경을 준수한다"고 치켜세웠다. 또한 "노르웨이 정치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로 분류하고 이를 비하하는 것을 삼간다"고 전했다. 

한편 RSF는 올해 전 세계 저널리즘을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목했다.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무수한 허위 정보가 양산된다는 게 RSF의 판단이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테크 산업 발전으로 허위 정보가 생산, 유통, 증폭되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허위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우리는 실제와 가공, 진실과 거짓을 인식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그린 가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사례를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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