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 라운드엑스 카페 진열대에 놓인 홍채 인식 기기 '오브'./뉴스1
15일 서울 여의도 라운드엑스 카페 진열대에 놓인 홍채 인식 기기 '오브'./뉴스1

'챗GPT의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월드코인'이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홍채 인식 기기 '오브'를 통해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상자산 월드코인(WLD)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용산, 을지로, 강남, 마포, 압구정 등 곳곳에 오브 기기가 설치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현재 국내에는 9개의 오브 기기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자는 지난 15일 여의도 IFC에 위치한 라운지엑스 카페에서 오브 기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오브 기기는 축구공 크기의 원형 모양으로 크지 않은 크기였다. 케이크와 빵이 놓인 진열대 위에 올려진 오브 기기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커피를 주문하던 중 자연스럽게 오브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었다.

인근 회사 직장인이라는 A씨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담긴 코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관심은 있었는데, 우연히 경험도 해보고 코인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프로젝트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홍채 데이터를 넘기는 것을 꺼리는 이들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B씨는 "내 홍채 정보를 넘긴 뒤 그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계속해서 감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개인정보 노출이 무서운 사회에 홍채 정보까지 넘기는 건 리스크가 크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기자는 오브의 구동 방식과 이후 월드코인 측으로부터 가상자산 월드코인을 지급받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오브 기기를 체험했다.

사용 방식은 그리 복잡하지 않지만 필히 오브의 가동을 위해서는 관리자가 필요했다. 관리자의 안내에 따라 우선 오브 체험을 하고자 하는 이는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앱) 핸드폰에 다운로드해야 한다.

앱을 다운받으면 월드코인 지갑을 만들기 위한 가입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 핸드폰 번호 인증을 완료하면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이 생성된다. 해당 지갑은 추후 월드코인이 지급되는 지갑이기도 하다.

앱을 다운받은 뒤에는 관리자가 관리자 인증 QR코드를 통해 오브의 홍채 데이터 인식 실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후 오브에 장착된 카메라를 응시하면, 오브가 사람의 홍채인지를 구분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

15일 서울 여의도 라운드엑스 카페 진열대에 놓여진 홍채 인식 기기 '오브'./뉴스1
15일 서울 여의도 라운드엑스 카페 진열대에 놓여진 홍채 인식 기기 '오브'./뉴스1

다만 여기서 사람마다 홍채 인식이 되는 속도가 달랐다. 어떤 이들은 몇 초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자의 경우 7번의 시도 만에 데이터 수집이 완료됐다. 중간에 다시 관리자 승인을 받고 재부팅 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15분여 이상이 소요됐다.

국내에서 월드코인 재단을 홍보하는 체인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오브가 1세대 하드웨어이기 때문에 간혹 인식이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향후 여러 업데이트나 부품 교체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우여곡절 끝에 홍채 데이터 인식 과정도 완료했다. 여기서 선택사항이 있는데, 자신의 홍채 데이터를 월드코인 측에 넘길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데이터를 넘긴다면, 추후 월드코인의 앱 업데이트나 오브 업데이트 등 프로젝트와 관련돼 변경 사항이 생겨도 자신의 홍채 인증을 추가로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데이터 전송을 동의하지 않는다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오브를 통해 자신의 홍채를 인증해야만 가상자산이 지급된다는 게 체인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자신의 홍채 데이터 전송 여부까지 결정한다면 이후에는 1분 안에 초기 만들었던 가상자산 지갑 속으로 월드코인이 지급된다. 월드코인 지급은 1년간 순차적으로 지급되는데, 처음에는 이날 기준 3만7000원어치의 10월드코인이 지급된다. 이후 나머지 66월드코인이 순차적으로 지급되는 식이다.

홍채 인식 체험을 통해 지급받은 월드코인.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 캡처)/뉴스1
홍채 인식 체험을 통해 지급받은 월드코인. (월드코인 애플리케이션 캡처)/뉴스1

이같이 지급받은 월드코인은 24시간이 지나야 출금 혹은 타 가상자산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다.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오브가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향후에도 카페나 와인매장, 음식점 등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가볍게 오브를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드웨어의 개선 사항도 발견된 데다 국내 제품에 비해 비싼 독일 제품으로 오브 기기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기 보급을 위해서는 국내산으로 부품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오브의 홍채 데이터 수집이 개인정보 침해와 무관한가'라는 질문에 "오브는 사람의 홍채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기"라며 "어느 누구의 홍채인지는 구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월드코인 측도 오브에 저장된 홍채 데이터를 향후 개인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오브에 홍채 데이터를 넘겼을지라도 향후 오브가 해당 데이터를 통해 해당 홍채를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는 구분할 수 없다. 비식별 정도라는 얘기다. 다만 프랑스나 아르헨티나 등은 오브의 개인정보 수집 여부를 직접 수사하고 있다.

한편 월드코인 프로젝트는 향후 인공일반지능(AGI)이 도래할 경우 AI가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할 것에 대비해, AI에 밀려날 사람들에게 가상자산으로 기초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코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람의 홍채임을 인식한 뒤 가상자산을 순차적으로 지급받고 있는 월드코인의 가입자 수는 336만5000여명이다. 6개 대륙에서 35개 국가의 국민들이 해당 프로젝트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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