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AI [뉴스1]
죽지 않는 AI [뉴스1]

모스크바 시민들에게 인기 있는 보행 천국 아르바트 거리. 영하의 맹추위에도 19세기 초반에 활동한 러시아의 국민 시인 푸시킨 동상 앞에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러시아 국민들의 바람을 이뤄주려는 계획이 모스크바 교외의 스코르코브 경제특구에서 진행되고 있다. AI를 탑재하고 시를 낭독하는 푸시킨 로봇이다.

푸시킨 시와 편지를 학습한 AI가 현대인과 대화를 나누며 학습을 진행한다. 역사 속 위인만이 아니다. 우리의 의식을 인터넷상의 AI에 저장해 또 하나의 나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구상을 발표한 사람은 보스턴 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지금은 신흥기업 커넬에서 뇌과학 연구를 이끌고 있는 랜들 코엔 씨다.

코엔 씨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뇌의 기억 저장소인 해마를 AI로 재현하는 것이다. 뇌 전체를 재현할 수 있게 되면 비로소 하나의 인격이 완성된다.

코엔 씨의 목표는 AI로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보다 열 배 빨리 생각하고,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AI를 만들면 ‘육체에 깃든 나’가 할 수 없었던 큰일을 영원히 죽지 않는 ‘AI 나’가 해낼지도 모른다.

가능성의 이면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AI로 죽은 사람이 부활하고 산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는 세상이 온다면 젊은이들이 활약할 기회가 사라질 것이다.

사사키는 할아버지와 다시 만나기를 바라면서도 오늘을 사는 인간에 대한 존재 의식이 사라질 것을 걱정한다.

지금 러시아에서 퍼지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AI로 자신을 재현해서 영원히 군림하려 한다”는 소문도 국민들이 느끼는 공공연한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이 소문의 진원지는 모스크바의 NPO인 ‘2045 이니셔티브’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AI를 탑재한 로봇에 인격을 이식하는 실험이다.

‘2045 이니셔티브’는 소문을 부정했으나 AI가 권력자의 영구 집권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위험성이 있다 해도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죽지 않는 또 다른 나와 어떻게 마주할지 묻게 될 날이 올 것이다.

/ 이주희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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