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투기대책에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주요 타깃이 됐던 서울 강남은 기세가 꺾였어도 다른 곳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65만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4.9% 올랐다. 12·16 안정화대책 이후에도 매월 1%씩 뛴 셈이다. 코로나니 총선이니 해서 사회가 어수선한 틈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는 얘기다.

지난 5개월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직전 5개월(7.0%)보다 누그러지긴 했지만 사회주의 정책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며 강행한 억제책의 효과치곤 매우 빈약하다. 특히 지역별 편차가 문제다. 강남 3구의 경우 상승률이 2% 안팎에 그쳤으나 10% 이상 오른 동대문구와 성북구 등 비강남권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젠 풍선효과로 지방의 읍·면·리까지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실수요자들에겐 중저가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것이 걱정이다. 지난달에도 서울의 경우 4억원대와 6억원대 아파트값이 각각 1.28%, 1.3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내집마련의 꿈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1년 가까이 상승세가 이어지는 전셋값이 투기 규제와 코로나 사태에 따른 매매절벽 현상으로 폭등 조짐이 엿보이는 것도 서민들에겐 부담이다.

최근 아파트값의 상승은 돈이 많이 풀린 결과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는 없다. 시중 부동자금은 지난 3월 1100조원을 사상 처음 돌파했다. 가뜩이나 재정집행이 헤프다는 비난이 제기된 터에 긴급재난지원금 등 현금 살포가 본격화하고 있어 부동자금은 당분간 계속 급증할 전망이다.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이니 집값이 오르는 건 상식이다.

갈팡질팡하는 정책 탓도 크다. 강남 수요와 동떨어진 3기 신도시를 밀어붙이고, 투기를 유발하는 용산 재개발 계획을 터뜨리는 식의 우격다짐으론 곤란하다. 고급주택 잡겠다고 중저가 주택마저 값을 올리거나 국민에게는 집 팔라고 다그치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은 다주택자라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다. 주택수급 상황과 금융 여건 등을 정확히 평가한 후 선제적인 대책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투기를 잠재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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