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코로나 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뉴스1]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코로나바이러스 충격파에 휘말리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5월 18일 결산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 펀드 88개 기업 중 15개사는 사라질 수 있고, 60개사의 실적도 그리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나머지 13개 기업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손정의 특유의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1~2년 앞의 일은 예측할 수 없지만, 10~20년 이후의 일은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는 손 회장에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는 또다른 위기가 되고 있다.

손 회장은 24세 되던 해인 1981년 창업한 이래 수차례의 위기를 겪어 왔다. 가장 큰 위기는 2000년 초의 IT 버블 붕괴였다. 일본 주식시장에서 손정의가 대주주인 야후재팬 주식 액면가 5만 엔짜리가 1억 엔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이는 일본 증시 사상 전대미문의 급등이었다. 당시 야후재팬 주식 한 주를 사려면 도쿄 시내 건물 한 채를 팔아야 할 정도로 야후재팬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IT 버블 붕괴로 야후재팬 주식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주식 가치가 99% 추락하는 위기를 맞이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많은 사람이 실체 없는 IT기업과 기업인을 비난했다. 특히 제조업으로 기업과 국가를 성장시켜 온 일본인들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젊은 IT 경영인의 경영방식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향후 IT와 인터넷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확신하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6년 일본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인 2조 엔으로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했을 때도 여론은 “피를 보게 될 것” “침몰하는 배에 탄 격”이라며 소프트뱅크의 위기를 예견했지만, 결과는 소프트뱅크를 오늘날의 통신기업으로 화려하게 등극시킨 기폭제가 됐다. 미국의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통신기업으로 성장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는 그간 겪어 온 위기와는 다른 면이 있다. 한 기업 내부의 환경이나 일본 국내 변수로 발생한 과거의 위기와는 다르게 이번 코로나19에서는 지구 전체적으로 많은 국가와 기업과 다양한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경영의 요체는 ‘정보통신혁명’과 ‘진화’라는 두 가지로 함축할 수 있다. 흔히 ‘위기’란 ‘위험’과 ‘기회’라고 한다. 손 회장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5월18일 3분기 경영실적을 온라인으로 발표할 때도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투자해 왔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실적이 좋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재무구조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소프트뱅크그룹 측은 알리바바 주식이 14.7조 엔, 소프트뱅크 주식이 4.5조 엔, 티모바일 주식이 3.2조 엔,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 주식이 2.6조 엔, 그리고 비전펀드 주식이 2.6조 엔으로 도합 27.6조 엔의 가치가 있으며, 극단적으로 비전펀드의 주식이 제로가 된다 하더라도 25조 엔 정도의 주식 가치가 남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에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티모바일과 스프린트 통신사의 합병이 지난 4월1일 완료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했다.

2006년 일본 M&A(인수합병) 사상 최대 금액인 2조 엔으로 보다폰 일본 법인을 인수했을 때도 여론은 “피를 보게 될 것” “침몰하는 배에 탄 격”이라며 소프트뱅크의 위기를 예견했지만, 결과는 소프트뱅크를 오늘날의 통신기업으로 화려하게 등극시킨 기폭제가 됐다. 미국의 티모바일과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통신기업으로 성장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에게 지금 당장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일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창립 이래 지난 40년간 위기와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진화해 온 기업의 연혁을 보면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보틱스를 필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예견된다.

지난 위기 때마다 그래왔듯 이번 위기는 손 회장에게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되고 있다. 손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공지능 기업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승부사 손정의에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사스·메르스·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이제 바이러스 문제는 기업경영에 상수적 변수로 자리매김되어 가고 있다. 손 회장에게 지금은 IT 버블 위기 이후 가장 큰 위기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부상하는 분야는 온라인 의료, 온라인 교육, 온라인 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다. 손 회장은 “딱 하나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보통신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식과 지능의 측면에서 추월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향후 30년간 인공지능,스마트 로봇, 사물인터넷 분야에 집중할 거라 선언했고, 실제로 손정의의 비전펀드는 인공지능 관련 회사들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 대표적이다. 2016년 320억달러(약 35조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ARM은 100조원 가량의 부채까지 있었으니 정상적인 투자는 아니었다. 시장의 반응 역시 '미친 투자'라고 할 정도였지만 Al 투자라는 범주에서 보면 꼭 필요한 투자였다.

이같은 맥락에서 소프트뱅크는 승차공유분야의 우버와 그랩, 의료분야의 로이반트와 평안굿닥터, 금융분야의 소피와 중안보험, 물류분야의 델리버리와 도어대시, 부동산분야의 위워크와 카테라, 그리고 쿠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이런 투자를 '전략적인 Al군 전략, 즉 각 분야의 1등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할 때는 경쟁이 될 만한 회사에는 하지않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우버와 그랩을 보듯 소프트뱅크는 두 회사 모두에 투자한다. 왜일까? 답은 쉽다. 시장 전체를 장악하기 위함이다.

요기요와 배달통이 다른 회사처럼 보이지만 딜리버리 히어로즈에서 인수한 하나의 회사이고, 옥션과 G마켓이 같은 회사이지만 굳이 합병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덕분에 소프트뱅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과 관련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 데이터는 어떤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의 데이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소프트뱅크의 모든 투자는 성공했을까?

초기에 투자했던 알리바바의 경우 3,000배 이상 수익이 났을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다만 위워크는 IPO가 취소됐고, 쿠팡 역시 지속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모든 투자가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렇게 스타트업들에게 뿌려둔 씨앗이 언제 큰 수익으로 돌아오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손정의가 만들어 나가는 제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도움말씀= 한국정보화진흥원,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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